불량한 자전거 여행

   10년도 훨씬 전이다. 내가 아직 30대일 때, 올레길을 일주일 동안 걸은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종일 걸었다. 그렇게 걷고 숙소에 들어가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았다. 걸으면 걸을수록 물집은 늘어났고, 매일 지쳐 쓰러져 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 날 또 걸었다.

 

   휴가가 끝나고 직장 동료들에게 제주 올레길 걷기에 대하여 이야기했을 때 대부분은 ‘부럽다’, ‘대단하다’고 했지만 한 직장 선배는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했냐고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물었다. 대답하기 어려웠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주인공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주인공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

 

   이 책의 주인공 호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엄마와 아빠가 심하게 다투던 그날 밤, 호진이는 집을 나와 삼촌을 찾아간다. 엄마와 아빠가 곧 이혼할 것을 알게 되었는데 집 안에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호진이는 용산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광주에 간다. 새벽에 도착한 광주.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 가로등 불빛을 친구 삼아 두 시간여를 동이 틀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삼촌을 만나 12박 13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국토를 순례한다. 하루 100km가량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끝이 나는 고된 여행길이다. 게다가 무더운 여름 날씨! 자전거를 타며 호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겨울 올레길을 걸어도, 무더운 여름에 자전거를 타고 남쪽 끝에서 휴전선까지 가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문제도 그대로다.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답은 내 안에 있지 않던가? 마음이 복잡한가? 답을 모르겠는가? 그러면 몸을 움직여보자. 몸을 고되게 하면 내 앞에 놓인 문제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이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나? 나는 10여 년 전 한겨울 제주 올레길 걷기 이후, 종일 걷기만 하는 고된 여행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

 

   참, 깜빡할 뻔했다. 이 책은 2022학년도 혁신학교 예산으로 ‘읽기유창성’을 키우기 위한 다독프로젝트를 위하여 구입하였다. 2020~2021년 코로나19로 등교한 날보다 등교하지 않은 날이 더 많은 올해 5학년 아이들과 silent reading을 시도했었는데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반 아이들의 비율이 30퍼센트가 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 후 silent reading 대신, 한 사람이 한 페이지씩 소리내어 읽어 나가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그래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silent reading을 할 때보다는 읽기 태도가 훨씬 좋았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그렇게 5월 한 달 동안 같이 읽은 책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독서록을 제출한다. 자신이 읽은 책 중에서 한 권을 선택하여 독서감상문을 써서 제출하는데 많은 아이가 ‘불량한 자전거 여행’에 대한 후기를 자발적으로 남겼을 정도다. 우리 반 댄서 최** 어린이는 “책을 읽는데 왜 재미있지?”라고 해서 나 혼자 속으로 많이 웃었다. 짜식~ 목소리가 커서 항상 창문 밖으로 소리가 새는 아인데 책을 읽을 때만 소심해지는 우리 반 댄서 최**. 이런 녀석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google my maps로 주인공 호진이의 순례길을 표시해 보았다. 하루 동안 얼마나 자전거를 탔는지 지도에 표시하며 읽으니 나도, 우리 반 아이들도 호진이와 같이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었다. 일단 사회과부도에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google my maps는 사용법을 알려주고 난 후 숙제로 내면 된다.

 

   아래는 내가 만든 신호진의 자전거 순례길이다. 광주에서 출발하고 부산을 거쳐 통일전망대까지 무려 1,100km나 된다. 지도를 보니 압도되는 느낌이다. 호진이가 더 이상 사서 고생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호진이의 자전거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2’에서는 호진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 자전거를 타니까 말이다.

 

신호진의 자전거 순례길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갖고 사는 것 같다. 12살 어린아이라고 해서 그 문제가 어른의 것보다 가볍다고는 할 수 없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매일 성장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는 세상의 모든 호진이들아 함께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