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5학년 학교자율과정
<소리 질러, 운동장> 차례를 볼까요?
chapter 1. 후보 선수 김동해
chapter 2. 공, 공, 공희주
chapter 3. 첫 만남
chapter 4. 야구 말고 막야구
chapter 5. 예상 밖의 경기
chapter 6. 감독님, 뿔나다
chapter 7. 막야구부는 회의 중
chapter 8. 감독님, 작전을 바꾸다
chapter 9. 운동장 열아홉 조각
chapter 10. 훌륭한 사람의 조건
chapter 11. 운동장을 점령하라
chapter 12. 운명을 건 막야구 시함
chapter 13. 운동장을 부탁해
chapter 14. 우리들의 월요일 오후
야구형 게임에 익숙해진 후에 책을 읽어야 더욱더 실감나게 책 내용을 즐길 수 있어요. 그래서요, 야구형 게임은 3월부터 시작했고요. ‘한 학기 한 권 읽기’ 로 집중 독서하는 시기는 4월 중순 쯤했어요. 그래야 두 활동의 시너지가 제대로 작동합니다. 아래는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했던 ‘책 & 티볼’과 함께했던 즐거운 기억입니다.
매주 월요일 체육시간이 되면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티볼을 해요. 티볼은 야구랑 아주 흡사한 게임이에요. 아이들에게 티볼을 소개할 때 티볼은 야구랑 비슷한 게임인데 다른점은 타자대신 배팅티 위에 공을 올려두고 ‘빵’하고 때리는 것이다 라고하면, 아이들이 ‘아하’ 하며 금방 이해해요. 물론, 이것 말고도 티볼과 야구에는 다른 점은 많이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만 이야기해 둡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순서로 티볼을 지도하면 야구의 야자도 몰랐던 아이들이 티볼 도사가 됩니다.
먼저, 킥런볼! **초등학교 체육전담선생님이신 장**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신 운동인데요. 영상을 보면 훨씬 이해가 빠르니 링크를 걸게요. 백문이 불여일견! 요런건 텍스트를 열 번 읽는 것 보다 영상을 한 번 보는 것이 이해가 훨씬 빠릅니다.
영상보고 오셨죠? 킥런볼 만드신 이름없는 장학사님 존경합니다. 아이들이 야구형 게임에 입문하는데 주신 큰 도움 기억할게요. 우리반 아이들은 킥런볼을 두 번했어요. 두 번하고 나더니 플라이아웃할 때의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우리반 아이들은 이제 공이 날아오면 피하지 않아요. 공이 날아오면 어떻게든 잡으려고 노력합니다. 플라이아웃을 성공하면 세러모니도 합니다. 유럽참피언스리그 스타플레이어들이 부럽지 않습니다. 춤도 추고, 아이들끼리 하이파이브도 하고요. 상대팀을 살살 약올려가면서 경기 분위기가 무르익지요. 우리반 최** 어린이의 춤세러모니가 기억에 남는군요. 저는 이 통통한 어린이가 그렇게 유연하게 춤을 출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ㅎㅎ 제가 이 맛에 초등학교에서 선생님합니다. 아이들이 느무느무 귀엽습니다.
다음 단계는요. 음, 이제부터 조금씩 어려워집니다. 이번 단계에서는 발야구를 활용합니다. 주자는 1루씩만 진루 가능합니다. 수비하는 아이들도요, 1,2,3루 수비수를 세우지 않아요. 공을 던지고 받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내야수비수가 베이스를 지키고 있는 수비수에게 공을 던져도 아이들이 공을 받지 못해요. 수비에 미스가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내야수비수든, 외야수비수든 공을 잡고 베이스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아요. 이렇게 두 번 정도 게임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징검다리처럼 공을 연결하며 수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담임선생님이 요런것들을 꼭 짚어서 꿀팁으로 방출해주신다면 아이들이 선생님을 우러러봅니다. 딤임선생님=야구신이 되는거죠. 흠… 그러나 현실은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의 야구 실력이 40대 후반 담임선생님보다 훨씬 좋습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요. 홈런이라는 아주 강하고 매력적인 아이를 등장시킵니다. 이제는 공격과 수비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있을 때이거든요. 홈런이 등장하면 그냥, 뭐, 아주, 아이들이 함성을 지릅니다. 다들 홈런을 하겠다는 의욕이 뿜뿜 합니다. 2022학년도 처음으로 홈런이 등장하던 날에는요. 우리반에 별명이 축구선수인 홍** 어린이가 3점 홈런을 날렸어요. 그래서요. 세 번째 단계에서부터는 수비가 정교해져야합니다. 공격을 잘 해서 점수차이가 나는 것은 아이들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그런데 수비가 엉망이어서 점수차가 벌어지면 사기가 떨어져요. 이런건 안가르쳐줘도 걍 알아요.
네 번째 단계에서는요. 공격 순서도 스스로 정하게 합니다. 세 번째 단계까지는 출석 번호대로 타석에 들어서게 했거든요. 이렇게 조금씩 아이들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들을 늘려줘야, 이게 또 맛이 있거든요. 마치 살림이 불어나는 잘 되는 집안처럼 말이죠. 아이들은 공을 제일 잘 차는 아이를 4번 타자로 정합니다. 4번 타자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인지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로 정독 프로그램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리 질러, 운동장’에 잘 나와있거든요.
참, 2022학년도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괜찮은 날이 많았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체육시간이 되어도 운동장엘 나가지 못하던 날이 많았는데요. 올 해는 시간표에 체육이 있는데 미세먼지가 아주 나빠서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지 못했던 날이 딱 하루 있었을 뿐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 일장일단이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요. 흠흠…
달력을 보니 벌써 5월입니다. 5월, 6월 두 달동안 집중적으로 티볼을 해야겠네요. 7월이 되면 날씨가 너무 더워져서 운동장에서 체육을 할 수가 없으니깐요.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되면 5학년 여섯 개반의 티볼 토너먼트를 시작할거에요. 각 반의 MVP를 위한 상품도 이미 준비해 두었지요. 그런데, 경기를 할 때 누가 심판을 봐야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각 반 담임 선생님이 심판을 보면 선생님반에 유리하게 판정한다고, 편파판정이라며 아이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것 같거든요. 이 문제는 교감선생님과 한 번 상의해 봐야겠습니다.
아참, 진짜 중요한 팁을 잊을뻔했네요. 우리반 아이들은 각 라운드 종료 후 5분 동안의 쉬는 시간을 갖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곱게 자라서 그런지 조금만 목이 말라도 ‘목이 말라 죽겠어요’ 조금만 더워도 ‘더워 죽겠어요’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쉬면서 물도 먹고,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실력을 키우고 싶은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연습을 합니다. 글러브를 한 손에 끼고, 다른 손으로는 티볼공을 잡고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파트너를 찾아 공을 주고 받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타격 비법을 가르쳐줍니다. 음… 저는 이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