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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식도락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by 재미감자 2022. 9. 13.

 

 

   김민식 PD의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보자 읽고 싶어진 책이다. 도서관에서 대출 예약을 하고 겨우 책을 대출할 수 있었다. 이 동네에 김민식 PD 팔로워가 나 말고도 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읽고 난 후 소감은 ‘재미있다’, 그리고 ‘서미애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다’이다. 

 

엄마는 늘 입버릇처럼 “너만 없으면 어디든 갈 텐데, 네가 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알어?”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을 나이 서른다섯. 중학생 딸을 가지기에는 젊은 나이긴 하다. (서미애, 2021, p. 13~15)

 

   유리는 중학교 3학년이다. 그러면 나이가 어떻게 되더라. 여덟 살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되니까 중3이면 열여섯 살이네. 열여섯 살에 가출을 결심하는 유리. 이유는? 엄마가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 때문이라고? 유리는 엄마가 자신을 짐스럽게 여긴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엄마 미진은 딸이 시체로 발견되자 분신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딸을 그렇게나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뭔가? 이 불행한 평행선!!!

 

어느새 정거장에 도착한 버스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서더니 앞문이 열렸다. 유리를 때리던 은수는 성가신 듯 버스이 옆구리를 주먹으로 툭툭 쳤다. (서미애, 2021, p. 21) 

 

   20여 호밖에 살지 않는 바닷가 마을을 다니는 버스. 누가 누구한테 맞고 있는 것을 보면 따끔한 훈계까지는 못 해도 경찰에 신고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사실 이런 동네를 다니는 버스 기사들은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많지 않아서 동네 사람들 얼굴을 모두 외울 정도다. 그런데, 그냥 버스 문을 닫고 가버렸다고? 하루에 세 번 정도 다니는 순환버스가 교통수단의 전부인 오지에서 나고 자란 나는 버스 기사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네. 

 

무반응, 은수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 씨. 귀찮게 됐네. 겨우 그거 맞았다고 죽어? 망할 기집애. 끝까지 말썽이네. …… 생각해보니 교통사고 이후 너무 얌전히 지냈다. 지훈의 눈치를 보느라 참았던 것들이 차곡차곡 은수의 마음속에 쌓여 폭발 직전이었다.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발산할 곳이 필요했다. 손이 근질거렸다. 유리의 뺨을 때릴 때 느끼던 짜릿한 전율이 생각났다. (서미애, 2021, p. 27 & 267)

 

   사람이 죽었는데 귀찮게 되었다고? 혹시라도 주변에 은수같은 사람이 있을까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열여섯에도 이렇게 사악할 수 있구나!

 

희주는 시계를 확인하고 결심했다. 지금은 하영에게 달려가는 게 먼저다. 

“미안해. 여보. 금방 돌아올게.”

“알았어, 다녀와.”

남편은 착한 사람이다. 말없이 보내면 아내의 마음이 무거울까 봐 자신의 기분을 감추고 다녀오라는 말을 건넨다. 희주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서미애, 2021, p. 39)

 

   상대방의 마음이 불편할까 봐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대답하는 사람!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것 같은데 놀랍게도 희수의 남편 같은 사람이 드물다. 나라도 희수의 남편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어느새 하영은 희주와 거의 마주 볼 정도로 훌쩍 자라 있었다. 일 년 만에 아이에서 어른으로 쑥 자란 느낌이었다. 흰 면티에 짧은 남색 면바지를 입은 하영은 보기만 해도 상큼했다. (서미애, 2021, p. 47)

 

   나의 열여섯 살! 나는 그때 할머니와 같이 지냈었다. 엄마와 아빠는 주말에 한 번 얼굴을 보았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어도 외로움 같은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당시 나와 같이 살면서 삼시 세끼를 차려주셨던 할머니가 나에게 공을 많이 들이셨었나 보다. 할머니, 고마워요!

 

상담을 시작하면서 하영은 본능적으로 자기 안의 어두운 그림자를 숨겼다. 혹시라도 상담을 하다 최 선생이 그 존재를 알아채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서미애, 2021, p. 51)

 

   책을 끝까지 읽고, 다시 읽었는데도 하영 스스로 밝히고 있는 ‘자기 안의 어두운 그림자’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집에 불이 났고, 그 화재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원인이 유리에게 있다? 이건가? 이 책의 전작이라고 하는 ‘잘 자요, 엄마’를 읽고 나면 하영의 그림자가 무엇인지 알게 될까?

 

상담을 하면서 하영은 최 선생을 통해 선경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 하영은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조용히 문을 닫거나 마주친 시선을 돌리는 아줌마의 모습을 보며 가슴에 살얼음이 끼는 것 같았다. 아줌마가 미우면서도 그리웠다. 다시 핑크색 이불을 덮어주며 잘 자라고 말해주는 날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서미애, 2021, p. 60 & 68) 

 

   하영은 선경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던 거였다. 친엄마가 죽은 후 새엄마와 딸로 만난 두 사람! 당신은 당신 엄마의 전적인 지지와 이해, 사랑을 받고 있나요? 아니면 받았었나요? 

 

“곧 점심시간인데 아빠한테 전화해서 같이 먹을까?” 자동차에 올라타며 선경이 말했다. 학교 선택 문제로 데면데면해진 분위기를 풀 기회하고 생각했다. 하영은 답을 하지 않았다.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 좋다는 뜻이다. 세월은 결코 그냥 흘러가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졌다는 것을 이런 순간에 확인한다. (서미애, 2021, p. 220) 

 

   하영이가 가만히 있다는 것은 좋다는 표현이라고 했다. 나의 남편은 싫다는 표현 대신 대답하지 않음으로 싫다는 것을 표현한다. 서로 익숙해지기 전에는 이런 남편의 행동에 답답함을 느꼈지만, 지금은 괜찮다. 남편과 내가 함께한 ‘세월은 결코 그냥 흘러가지 않았다”. 

 

아빠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없었다. 성적표는 아빠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훈장이었다. 중학교에 입학한 뒤로 1등은 거의 놓치지 않았다. 어느새 전교 1등은 당연한 일이 되어 있었고, 아빠의 관심은 건성이 되었다. (서미애, 2021, p. 238)

 

   어린 나이에 이런 목적의식이라니! 세상을 분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사실 학창 시절에 성적이 좋으면 사는 일이 편해진다. 부모에게 용돈을 타내는 일도, 선생님들의 신뢰를 얻는 일도!!!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어느 날…… 나는 창가로 들어오는 눈 부신 햇살에 학교가 가기 싫어졌다. 홀로 늦은 아침을 챙겨 먹고 온종일 빈둥거렸다. 다음 날 학교에 갔는데 담임 선생님이 “괜찮냐?”고 딱 한 마디하고 무단결석에 대하여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반 아이들도 내가 몸이 몹시 안 좋아서 결석했다는 말을 믿는 눈치였다. 햇살 때문에 결석했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했다면 아이들 반응이 어땠을까?

 

초겨울이 되면서 바닷가 날씨의 위력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햇살의 온기가 남아 있던 늦가을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면, 겨울이 되어 나뭇잎이 말라가고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이곳의 날씨는 온화한 얼굴 뒤에 숨겨진 매서운 얼굴을 비로소 드러내고 있었다. (서미애, 2021, p. 323) 

 

   곧 누군가의 가면이 벗겨짐을 이렇게 암시했구나. 두 번째 읽으니 작가가 미리 깔아둔 복선이 보인다. 

 

   마지막 장이 특히 재미있었다. 하영과 선경이 스스로 맞서야 할 것들을 피하지 않고 맞서는 장면들이 교차한다. 무슨 일이든 결심을 하기까지가 힘들지 결심 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