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티볼 토너먼트로 건강한 성장 돕기’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단계 1】 지도 시간 확보하기
5학년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체육 102차시 중에서 34차시를 티볼 수업으로 계획합니다. ‘2022 5학년 학교 자율과정’ 덕분에 티볼 지도를 위한 수업 시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3월 중순, 교장 선생님의 결재가 났네요. 이제 아이들이랑 티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 학년도 학년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은 전 학년도 겨울 방학 때부터 시작하잖아요? 대한민국에서 초등교사로 근무하는 모든 선생님의 새 학년에 대한 고민은 사실 3월이 아니라 1월부터 시작됩니다. 대한민국의 초등학교 선생님들 화이팅!!!
【단계 2】 티볼 지도하기
2020~2021년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일단 운동장으로 나가기만 해도 신이 납니다. 3~4월 두 달 동안에는 발야구와 킥런볼로 야구형 게임에 대한 감각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야구에서 킥런볼, 그리고 티볼로 이어지는 체육 수업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제 블로그 여기를 읽어 보시면 됩니다.
티볼 수업을 할 때 필요한 장비들이 제법 되지요? 아래는 ‘지출 품의서’에 있는 내역을 표로 정리한 것입니다. 교수학습지도, 생활지도, 학생 & 학부모 상담 등으로 정신없이 바쁜 담임 선생님들이 각 교실에 비치해 두고 필요할 때 손쉽게 사용이 가능하도록 각 반 기준으로 구입했습니다.
내용 | 규격 | 수량 | 예상단가 | 예상금액 | 날짜 |
연맹공인 티볼세트/베이스 포함 | 세트 | 6 | 259,000 | 1,554,000 | 2022.04.13 |
뉴스포츠 티볼공 세트(10개입) | 10.5인치 | 18 | 63,900 | 1,150,200 | 2022.04.13 |
야구글러브 아동 11~14세(우투용) | 11.5인치 | 30 | 33,000 | 990,000 | 2022.04.22 |
야구글러브 아동 11~14세(좌투용) | 11.5인치 | 5 | 33,000 | 165,000 | 2022.04.22 |
내야수 글러브 레드 | 11.5인치 | 6 | 149,000 | 894,000 | 2022.04.22 |
팀조끼(빨,검,주,보,파,노) | 어린이용 | 180 | 3,000 | 540,000 | 2022.07.11 |
【단계 3】 티볼 전문 심판
5학년 여섯 개 반의 티볼 토너먼트를 위하여 전문 심판을 모셔오기로 합니다. 행사 당일, 담임 교사는 혹시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신경이 곤두서는 날인데요. 그래서 이런 큰 행사를 할 때는 학생 지도는 담임 교사가 하고요, 심판은 담임이 아닌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티볼 토너먼트’가 처음 열리는 행사여서 참고할 만한 reference 등이 존재하지 않았어요. 이럴 때는 구글 검색이 최고입니다. 티볼을 검색어로 하니 ‘한국 티볼 연맹’, ‘티볼 협회’ 등 관련 홈페이지가 뜹니다. 그래서 각 홈페이지의 대표 전화로 이것저것 궁금한 사항들을 문의했고요. 교감 선생님께서 필요한 첨부 서류 목록을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어려움 없이 티볼 토너먼트를 위한 사전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참, 티볼 전문 심판을 초청한다는 것은 학교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니 행정실장님과 예산에 대한 더블 체크도 잊으면 안 됩니다. 또한, 이번에 티볼 심판 2명에게 필요한 서류를 모두 받기까지 약 2주가 걸렸습니다. 더 많은 기간을 필요로 하는 심판들도 있을 수 있으니, 행사를 위한 서류 작업은 늦어도 행사일 약 한 달 전에는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단계 4】 티볼 토너먼트를 주제로 동학년 회의하기
동학년 선생님들과 행사 당일의 경기 진행에 대한 논의도 미리미리 해야 합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가장 먼저 티볼 토너먼트를 주제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날짜를 정해야겠죠? 5학년에는 학년 부장인 저를 포함하여 총 6명의 선생님이 계시는데요. 1학기에 일주일에 한 번 티볼 연습을 꾸준히 하긴 했지만 두 달 정도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세였어요. 그래서 10월 28일 금요일로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경기 당일날 제한된 시간(9:00~14:10) 안에 6개 팀이 참여하는 티볼 토너먼트를 위한 경기 규칙도 협의해야 하겠죠? 티볼 심판과 두 번의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이메일로 받아 둔 티볼 경기 규칙을 미리 살펴보고, 구글 프리젠테이션에 정리해서 슬라이드를 보며 이야기하니 주제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음은 동학년 회의 결과입니다.
첫째, 5학년 여섯 개 반이 총 5경기를 합니다.
둘째, 9:00~12:00까지 4경기, 12:50~14:10에 결승전 1경기를 치릅니다.
셋째, 티볼 경기가 없는 반은 운동장에서 체육관에서 피구를 합니다. 피구 시합은 5학년 체육 선생님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체육 선생님과 협의하여 피구 시합 규칙을 통일하도록 합니다. 아래 표는 피구 시합을 진행할 체육 선생님과의 협의 내용입니다.
넷째, 타격 순서는 남남여남여로 합니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많게는 2.5배, 적게는 1.5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올해 우리 학교 5학년의 남녀 성비의 심각한 불균형의 원인은 뭘까요? 당최 모르겠습니다. 2022학년도 5학년 아이들은 신묘(辛卯)년생입니다. 6학년 아이들이 백호 띠 해 아이들이라 그 해 유난히 신생아가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만…… 신묘(辛卯)년, 하얀 토끼해 남아들의 출생이 이렇게 많았던가요?
다섯째, 한 경기에 수비로 참여하는 학생들이 10명입니다. 그래서 수비 1팀, 2팀, 3팀을 만듭니다. 수비 3팀은 10명을 채우기 위해 수비 1팀과 2팀에서 선수를 보충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각 반의 주장을 뽑아 팀워크를 키우고, 심판에게 이야기할 것이 있으면 주장을 통하게 합니다.
【단계 5】 각 반에서 토너먼트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일
5학년 2학기 국어 3단원에서 ‘의견을 조정하며 토의하는 방법’을 공부합니다. 토의 주제로 티볼 주장 선출 방법, 공격 순서와 수비 순서 정하기에 대한 것으로 실제 토의를 해 봅니다.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가 주제가 되니 모든 아이가 활발하게 토의에 참여합니다. 다음은 아이들이 토의 시간에 오고 갔던 내용입니다.
결승까지 올라간다면 세 번의 경기를 합니다. 그러나 첫 번째 경기에서 지면 두 번째 경기도 없습니다. 티볼 에이스들부터 타격하자는 주장과 세 번의 경기를 할 것에 대비하여 골고루 배치할 것에 대한 주장이 팽팽하게 맞섭니다. 토의 결과 티볼 에이스들부터 타격하자는 주장이 우세하네요.
주장은 아이들의 추천을 받아 표를 가장 많이 받은 어린이로 결정하기로 합니다. 3월부터 지금까지 체육 시간마다 좋은 매너로 친구들을 잘 이끌어 주었던 어린이가 주장이 되는군요. 주장으로 뽑힌 친구가 타격 순서를 정하고, 수비팀까지 정하고 난 후, 다시 반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순서를 조정하니 다음과 같은 표가 완성되었습니다.
【단계 6】 친선 경기
큰 대회를 앞두고 전력을 점검하기 위해 친선 경기를 한 번씩은 해야 합니다. 친선 경기는 대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에 하면 좋습니다. 1반은 5반과, 2반은 6반과, 3반은 4반과 친선경기를 하기로 했어요. 친선 경기 후 타격 순서가 바뀝니다.
【단계 7】 티볼 심판에게 확인 전화나 문자 보내기
대회 일주일 전에 주심과 부심에게 확인 문자를 보냅니다. 2022학년도 5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가장 큰 행사이니 학년 부장 입장에서는 점검 또 점검해야죠.
대회 삼일 전에 주심과 부심에게 확인 메일을 보냅니다.
【단계 8】 동학년 회의
대회 3일 전입니다. 체육대회를 안전하게 치르기 위하여 동학년 선생님들과 행사의 이모저모에 대한 디테일들을 점검합니다. 역시나, 선생님들이 모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모든 티볼 경기에서 첫 번째 라운드는 수비 1팀, 두 번째 라운드는 수비 2팀, 세 번째 라운드는 수비 3팀이 맡아서 하면 광탈하는 반의 아이들도 모두 수비에 참여할 수 있다는 2반 부장님의 아이디어! 좋은 건 바로 적용해야 합니다. :)
【단계 9】 대진표 뽑기
와우! 드디어 체육대회 전날입니다. 6교시 후 담임 선생님들과 각 반 주장들이 연구실에 모입니다. C와 F를 뽑으면 결승전까지 부전승으로 올라갑니다. 누구나 바라는 C와 F! 행운의 주인공은 2반과 4반입니다. 축하합니다. 🙂
각 반 주장이 제비를 뽑는데 제가 더 떨렸습니다. 제 손이 덜덜덜! 대진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승 후보인 4반이 속해 있는 조는 3반과 5반도 실력이 출중하여 죽음의 조입니다. 죽음의 조를 피한 1, 6, 2반은…… 휴…… 다행입니다.
【단계 10】 대회 당일
대회 당일,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하며 일주일 전부터 일기 예보를 확인했습니다. 얏호! 다행히 운동하기 딱 좋은 가을 날씨입니다. 팀 조끼를 입어도 덥지 않습니다. 제가 담임을 하고 있는 1반 경기가 아침 9:00에 잡혀 있어서, 대회 전날 8시 20분까지 와서 연습하자고 했는데요. 2명의 어린이만 빼고 모두 8시 20분까지 교실에 도착합니다. 제가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8시 10분입니다. 8시 40분에 심판 두 분을 운동장 구령대 앞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다른 날보다 출근을 서두릅니다.
심판 두 분이 모두 앳돼 보이는 청년들입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젊은 남자 둘이 심판 복장으로 운동장에 서 있는 모습만 봐도 뭔가 든든합니다. 두 분 심판이 운동장에 라인을 그리는 동안 저는 줄을 잡으며 돕고, 1반 아이들은 6반 아이들이 운동장에 올 때까지 운동장에서 연습합니다.
드디어, 체육대회 대단원의 막이 올라갑니다. 주장이 등을 대고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1반이 이깁니다. 이게 뭐라고 1반 담임은 기분이 좋아집니다. :)
1반의 선공으로 경기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6반이 2점을 먼저 획득하며 분위기가 6반으로 흘러가나 했는데 1반 아이들의 방망이에 늦게 불이 나며 역전승 합니다. 1반 담임인 저는 방정맞게 큰 소리로 승리의 기쁨을 표현하고야 말았습니다. 6반 선생님, 미안해요. ㅠㅠ
다음으로 치러진 3반과 5반의 경기는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서로 점수를 내며 어느 반이 이길지 알 수 없는 막상막하의 경기를 합니다. 역시 죽음의 조! 결과는 11대 9! 3반이 5반을 2점 차로 꺾고 승리하며 준결승전에 올라갑니다.
세 번째 경기는 6반을 이기고 준결승전에 먼저 진출한 1반과 부전승으로 올라온 2반의 대결입니다. 1반이 2반을 3:2로 가까스로 이깁니다. 가까스로 이기니 기쁨이 넘칩니다. 이때 아이들 분위기는 월드컵 우승팀 못지않습니다. 최약체로 알려져 있던 1반이 결승전에 진출한 겁니다. 역시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
급식 시간이 되기 전, 마지막 경기는 3반과 4반입니다. 먼저 경기를 끝낸 2반과 1반 아이들은 서쪽 스탠드에서 3반과 4반의 경기를 관람합니다. 2반 아이들 중에서 하나가 ‘대~~한민국’을 선창합니다. 1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요. 그래서 ‘짝짝짝 짝짝’ 박수로 대답합니다. 승패와 상관없이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성숙한 시민의식까지 느낍니다.
3반과 4반의 경기는 4반의 승으로 끝납니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4반을 피하고자 3반 아이들이 이기기를 응원했던 1반 아이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입니다. 🙂
팀 조끼를 입고 급식실에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늦가을 운동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마지막까지 타격 연습, 수비 연습을 하는 1반 아이들! 오늘은 모든 아이가 천사처럼 보입니다.
짠!!! 드디어!!! 오늘 체육대회의 마지막 경기인 결승전이 열립니다. 5반 선생님과 아이들이 결승전 관람을 위해 줄을 서서 이동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하교하는 저학년 아이들도 잠깐씩 서서 구경하고 있고요. 5학년 담임 선생님들도 체육대회의 마지막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운동장으로 나오십니다.
가을 햇살은 따사롭게 내리쬐고 아이들은 경기에 집중하고요.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행복한 5학년 티볼 토너먼트! 최종 우승팀은 4반입니다. 4대 1로 경기끄읕!!! 4반 축하합니다.
체육대회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대회를 치르면서, 단 1명의 부상자도 없었다는 것에 2022학년도가 시작하기 전부터 체육대회를 계획했던 학년 부장인인 저는 약간 울컥해집니다.
3월부터부터 티볼의 티자도 몰랐던 아이들이 대회까지 치를 수 있도록 지도하느라 고생하신 5학년 담임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티볼 토너먼트를 위해 멀리서 오신 두 분 심판들도 고생 많으셨고요. 아침 일찍부터 경기 관람하며 아이들 응원해주신 교감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 감사합니다. 심판들에게 간식도 챙겨주시고, 5학년 선생님들 고생 많았다고 봉투에 금일봉 담아 주신 교장 선생님 멋지십니다!!! 🙂
【단계 11】 심판 비용 품의하기
대회가 끝났으니 심판 비용을 지불해야죠? 정산은 최대한 빨리 해야 좋습니다. 두 분 심판에게는 열흘 안에 지불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제 계획은 삼일안에 지불을 완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체육대회도 끝나고 피곤하니 마음은 쉬라고 외쳐댔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품의를 합니다. 피곤을 이기고 일을 하는 것을 보니 제가 조금 더 멋져진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1일 지불할 수 있는 심판 비용은 1인 10만원입니다. 🙂
【체육대회 후기】
교장 선생님께서 주신 금일봉으로 다음 주 월요일 맛있는 간식을 먹기로 합니다. 5학년 담임 선생님들과 5학년 전담 선생님들, 그리고 번외 경기였던 피구 시합 심판을 봐주신 5학년 체육 선생님까지 총 아홉 명이 모일 예정입니다.
그리고, 오늘 티볼 토너먼트 주심에게서 다음과 같은 문자가 옵니다.
그래서 저도 이렇게 답문을 보냈지요.
'일상다반사 > 학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학년도 3학년 2학기 교육과정 재구성 계획 (0) | 2022.12.07 |
---|---|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 20221125(금) (0) | 2022.11.27 |
2022학년도 9월 (0) | 2022.10.20 |
교과서 배부 방식에 대한 물음 (2) | 2022.08.25 |
고무줄 팔찌 (0) | 2022.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