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5(월)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여섯 시간을 전담 없이 수업하고 나면 전투를 치른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오후 2:10이다. 자리에 앉아 숨을 돌리려는데 2:20부터 교직원 회의가 있다. 그리고 3:00부터 5~6학년 간담회가 도서실에서 열린다. 수업 준비는 언제 하나?
김 부장이 경주 쌀을 10킬로를 준다. 오늘 비가 와서 집까지 실어다 준단다. 고마운 사람이다. 덕분에 이번 추석에는 쌀을 안 사도 되겠다.
2022년 9월 6(화)
한반도가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이다. 내가 사는 지역은 어제부터 비가 내렸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점점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져 오늘은 걸어서 출근을 못 할 것 같았는데, 빠듯하지만 8시 30분까지는 교실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걸었다. 걸어서 학교에 출근하기를 잘했다. 자고 있던 몸속 세포가 깨어나는 기분이다.
오늘도 Mr. Anger Management 어린이가 성질이다. 성질내지마라마라마라마라마라…………
지속 가능한 발전 학교 만들기 5학년 스케줄을 결국에는 오오 선생님께서 정리해주셨다. 오륙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나는 도통 못 알아듣겠던데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알아듣고, 정리도 해주시나? 똑똑한 사람!!!
오오 선생님이 신청하신 ‘성남시환경교실’ 수업이 5~6교시였다. 양말목으로 컵 받침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공예 수업이다. 손이 야무진 아이들은 2~3개씩 만들고, 손재주가 없는 아이들도 강사님이 도와주셔서 1개씩은 완성할 수 있었다. 우리 반 Mr. Anger Management 어린이가 컵 받침을 만들면서 자기 것을 먼저 봐달라고 이번 시간에도 찡찡거리고, 소리 지른다.
2023학년도 교과서 선정 위원회에 다녀왔다. 사회, 과학, 수학까지 모두 검인정으로 바뀐단다. 교과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 시장을 독과점하는 출판사는?
퇴근하는 길에 올려다본 하늘이 참 예쁘다. 태풍 힌남노는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단다. 그래서 그런가…… 어제하고는 완전히 다른 기후! 쏟아지는 햇살에 기분이 좋아진다.
2022년 9월 7(수)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흰쌀밥에 물을 말아 먹고, 골프연습장에 들러 오후 골프 연습을 예약하고 걸어서 학교에 간다. 날씨가 참 좋다. 스타벅스 분당구청점에 들러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김 부장이 마실 것은 ½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내 것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김 부장 책상 위에 커피를 두고 나오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박 부장과 이 부장과 마주친다. “안녕.”하고 인사를 한다.
아침에 복도에서 강용 어린이가 서럽게 울고 있다. 어제 수학 1단원 성장중심평가를 보았는데 강용 어린이가 10개 중에서 5개만 맞췄다는 것이다. “성적 갖고 울지마라. 성적은 올리면 된다.”고 위로했다. 다행히 울음을 그친다.
Mr. Anger Management 어린이가 오늘 급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설 때부터 기분이 언짢은가보다. 소리를 버럭 지른다. 앞에 서 있던 Always Tball leader 어린이의 머리를 때렸다고 한다. 교실에 올라와서도 소리를 지른다. 알림장을 검사해줬더니 잡아채 간다. 화가 났다는 뜻이다. 화가 가라앉은 후 내일 이야기해보자고 하며 집으로 보냈다.
항상 같은 시간에 골프 연습장에 가는데, 오늘은 가는 길이 벌써 어둑어둑하다. 어제도 이렇게 어두웠었나? 코치가 오늘 내 스윙을 보고 많이 안정되어 있다고 한다. 다만 여전히 허리 회전의 속도를 좀 높여야 한다고 한다. 허리야, 돌아라!
2022년 9월 8(목)
내일부터 추석 연휴라서 그런가 아침부터 발걸음이 가볍다가 아니라...... :) 목요일쯤 되면 피로가 쌓여 기운이 없다. 그래도 학교까지 걷는다. 걸으면서 잡념이 없어지나 했는데...... 잡념이 없어질 정도가 되려면 1시간 이상은 걸어야 할까나? 아니 <조용헌의 도사 열전>을 쓰신 조용헌 선생님께서 2시간 이상은 걸어야 한다고 하셨던 게 생각이 난다. 그러니까 다리가 아플 때까지 걸어야 겨우 잡념이 없어진다는 이야기겠지?
6교시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모두 하교했다. 내일부터 추석 연휴라서 그런지 거의 모든 나의 직장 동료들도 조퇴를 냈다. 고요하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학교에 머무는 것이 즐겁다.
2022년 9월 20(화)
오늘 아침 달력을 보니 병자일이다. 1996년 병자년은 기억하기 싫은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해라 괜히 쫄린다. 오늘은 고요 속에 머무를 수 있도록 말과 행동을 모두 조심하리라 다짐하며 집을 나선다.
어느덧 하루를 마치는 시간이 되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시간을 되돌아보니, 오늘은 그닥 나쁘지 않았다. Mr. Anger Management가 학폭전담경찰관의 학폭 예방 수업에서 선물을 받지 못했다고 찡찡거린 것 외에는 학교에서도 별일 없었고, 골프 스윙 연습을 쉬는 덕분에 오랜만에 강 헌 선생님의 명리학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우리 반 구글 클래스룸을 확인했는데 3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티볼 관련 기사문을 작성하여 게시판에 공유한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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