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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EVERY DAY

부부

by 재미감자 2022. 11. 11.

2014년 꽃샘추위가 한창이던 2월, 큰 올케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같은 해 12월 결혼했습니다. ‘최소한 3번은 같은 계절을 겪어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던 제가 “나는 작고 반짝거리는 걸 좋아해, 언제 줄 거야?”라고 먼저 프러포즈했어요. 당시 모아둔 돈도 없고, 건강도 안 좋고…… 결혼을 추진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는데도 결혼에 마음을 두니,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결혼하고, 부부로 살아가기 시작한 남편과 저! 올해로 8년째 한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데요. 해가 가면 갈수록 나랑은 참 안 맞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남편과 제가 친밀해지는 때가 있어요. 🙂

 

첫째,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을 때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남편은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많이 먹습니다. 유튜브로 먹방을 찾아볼 정도로 먹는 행위를 좋아해요. 저도 잘 먹고, 많이 먹는 편이라서 유명 관광지는 같이 안 가도 맛집은 같이 다닙니다.

 

아래는 최근에 발견한 맛집 사진입니다. 맨 왼쪽은 디안 만두전골’의 만두전골이 끓고 있는 모습입니다. 만두피 없는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푹 끓여서 먹습니다. 국물도 시원합니다. 1층에서 만두만 따로 구입할 수도 있어요. 가격도 좋습니다. 만두전골 1인분 11,000원! 

 

가운데 사진은 수원시 남수동에 있는 가마솥 통닭을 먹을 수 있는 ‘매향 통닭’입니다. 통닭 1마리를 주문하면 닭똥집 서너 개가 덤으로 옵니다. 닭 한 마리를 큼직하니, 2조각만 내서 커다란 가마솥에서 튀겨냅니다. 지금까지 먹어 본 통닭 중에서 BEST 3안에 들어가는 집입니다. 항상 손님으로 북적여 이날도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이가네 양갈비’입니다. 이 집은 양갈비보다는 서비스로 나온 마파두부가 일품이었습니다. 주문하지도 않은 마파두부가 나와서 여쭈어보니 점심시간에 오는 손님들을 위해 마파두부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 공짜인데 주요리인 양갈비보다도 더 맛있습니다. 마파두부와 비벼 먹으면 딱일 흰쌀밥도 무한리필! 이날 정말 배가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둘째, 골프를 할 때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저를 골프에 입문하도록 한 이는 남편의 후배입니다. 그런데 후배를 입문시킨 사람은 남편입니다. 족보가 좀 복잡하지요? :) 제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옆에서 계속 바람을 넣는 사람이 없었다면 아마 내 인생에 골프 칠 일은 없었을 거예요. 후배의 끈질긴 권유 덕분에 제가 골프에 입문하고 나니 남편 또는 남편의 친구들과 함께 라운딩을 갑니다. 그리고 온종일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요. 그러니까 남편이랑 친해지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집안 행사를 치르면서 친해집니다. 남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안 행사는 제사입니다. 제사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고, 촛불과 향을 켠 후 제사를 지내고, 제사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는 일은 엄숙하기까지 합니다. 아래는 남편과 제가 함께 준비한 시아버님을 위한 세 번째 제사상입니다.

 

 

남편은, 저에게는 구신인 토 기운으로 꽉 차 있는 사람입니다. 남편과 이야기를 하면 고구마 백만 개를 먹은 듯 답답할 때가 많아요. 게다가 화 기운이 없으니 정리 정돈에 꽝입니다. 얼마 전에는 남편 책상 위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빈 쇼핑백을 버렸다가 40만 원을 물어준 적도 있어요. 그 후에는 남편의 책상이든, 물건이든 쓰레기처럼 보이는 것들도 그냥 둡니다.

 

이순을 가까이 둔 어느 날, 깨달음이 오더군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그래서 많이 양보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재미감자 남편은 좋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재미감자의 남편으로 태어나야겠어요. :)

 

오늘 이야기의 결말은 재미감자 덕분에 이 부부가 잘살고 있다는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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