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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학교

2022학년도 12월

by 재미감자 2023. 1. 4.

2022년 12월 2일 금요일

 

5~6교시 미술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헬륨 풍선을 만들었어요. 가스를 넣고 풍선의 입구를 막아야 하는데 저 혼자서 헬륨 가스 주입하고, 풍선 입구를 막는 일을 할 수가 없으니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했지요. 손이 야무진 여학생들 4명이서 도우미 역할을 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이 아이들을 믿고 본인의 소중한, 헬륨이 가득한 풍선을 맡깁니다. 헬륨 풍선 만들기를 먼저 하신 오이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헬륨 가스를 아껴서 사용했더니 우리 반 25명의 아이들이 헬륨 풍선 1~2개 정도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오이 선생님, 고마워요.”

 

 

2022년 12월 6일 화요일

 

출근하는 길에 함박눈이 쏟아집니다. 일기예보를 듣고 우산을 준비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입니다. 도로에서 울리는 경적을 듣고 고개를 드니 혼다입니다. 뛰어갑니다. “안녕, 전업김쌤”. 네, 맞습니다. 전업김쌤이 출근길에 양팔을 흔들며 걸어가고 있던 저를 발견한 거죠. 오늘은 눈이 많이 오니 차를 얻어 탑니다.

 

오늘은 강용 어린이와 김코뼈 어린이가 지각합니다. 강용은 공유 키친을 운영하는 엄마가 쉬는 날이라 엄마랑 조금이라도 더 있다가 오려고 학교에 늦었다고 하고, 김코뼈는 어제 2022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 우리나라의 축구 경기를 보느라고 늦잠을 잤다고 하네요.

 

2022년 12월 7일 수요일

 

드디어, 홍* 어린이가 자신의 모든 포인트를 기부하여 구입한 ‘체육수업권’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날씨가 좋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따뜻한 겨울 햇살 아래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니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12월 따뜻한 햇살 아래 티볼하는 아이들

 

2022년 12월 12일 월요일

 

Mr. Anger Management 소년이 3~4교시 티볼 수업에서 자신이 속한 팀이 큰 점수 차로 진 이후 기분이 몹시 안 좋은가 봅니다. 제 주변에서 “오늘 기분이 ㅈ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교실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지각 대장 임** 어린이를 때렸다고 하네요. 이유는 임**이 새치기를 해서라고 합니다. 급식을 먹고 교실에 들어와서는 우리 반 댄서 최**의 책상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최**한테 화가 났다는 표현입니다. 최**이 Mr. Anger Management 소년이 임**이를 때렸다고 저한테 알려줘서 그런 것 같습니다. 5~6교시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며 교실 문을 나서기 전에 최**이 필통을 바닥으로 떨어뜨립니다. 이 정도면 어머님이 다시 오셔야 할 것 같아 연락을 드립니다.

 

2022년 12월 13일 화요일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손**이가 최**이에게 소리를 내지릅니다. 둘을 복도로 불러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요즘 손**의 화가 밖으로 표출되는 일이 자주 있네요. 

 

2022년 12월 15일 목요일

 

교육과정위원 협의를 위하여 공** 어머님께서 5학년 학부모 대표로 오셨습니다. 온화한 미소를 갖고 계신 어머님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오늘 함박눈이 와서 길이 많이 미끄러웠을 텐데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육과정발표회 때 저글링하는 모습

 

12월 23일 금요일

 

영어 선생님께서 오랜만에 우리 교실을 방문하셨습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우리 반과 영어실이 있지만 저는 저대로, 영어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바쁘니 이야기할 시간은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시간을 내어 저를 찾아왔다는 것은 뭔가 공유할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영어 선생님 왈; 어제 안**과 복도에서 마주쳤대요. 안**이 Gery Cheese Crackers를 선생님이 주신 양보다 훨씬 많이 갖고 있길래 안**이에게 어디서 났느냐 물었더니 안**이 엄마가 사주셨다고 했답니다. ‘게리치즈크래커를 근처 어디에도 팔지 않아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이걸 엄마가 사주셨다고?’ 하며 이상하게 생각하셨답니다. 그리고, 연구실에 갔는데 게리치즈크래커가 보이지 않더래요. 안**이 일도 있고 하여 같은 연구실을 사용하는 선생님들께 혹시 과자를 드셨느냐고 했는데 그 과자를 드신 선생님들은 아무도 계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애공, 도벽이 있는 아이라니…… 우리 반, 이*윤과 이*은이 안**이가 본인들의 형광펜과 볼펜을 안**이 가진 것을 봤다며 상담을 요청했을 때도 ‘안**이가 그럴 리 없겠지. 학급에서 임원으로 봉사하고 있는 아인데 그럴 리 없겠지.’ 하며 안**의 말을 100퍼센트 신뢰했었는데 말이죠.

 

다수의 아이가 자신들이 모아 놓은 공기를 안**이 가진 것을 봤다고 했을 때도 ‘안**이가 그럴 리 없겠지. 전교 임원이기도 한 아이가 그럴 리 없겠지.’ 했었습니다. 

 

게리치즈크래커 도난에 대하여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안**이 어머님께는 연락드리지 않기로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심증일 뿐…… 게다가 안**이 어머님께서 자식을 향한 ‘블라인드 러브’ 성향을 보이고 계시니 이 사건은 묻고 가기로 합니다.


12월 27일 화요일

 

학년말이 되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도착하기 전에 창문을 열어 맑은 공기를 들이고, 아이들과 눈인사했던 루틴이 깨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는 김*현 어린이가 오늘 지각을 했길래 물어봤더니 아침부터 알레르기가 올라와서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왔답니다.

 

학년말은 선생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넘기 힘든 산입니다. 

 

12월 28일 수요일

 

미니 약과 3봉지와 비타민 1상자가 사라진 것을 오늘 발견했습니다. 우리 반 도벽 어린이의 소행이 분명한데…… 언제 그랬을까요?

 

12월 29일 목요일

 

우리 반 손**이 마이너스가 된 포인트를 플러스로 바꿀 방법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마이너스가 26점이나 되니, 단시간에 플러스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기부를 받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반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유**과 안**, 그리고 홍**이 기부를 할 수 있다고 나섭니다. 다행입니다.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포인트가 되자 손**이의 표정이 밝아집니다.

 

1월 4일 수요일

 

방학식을 하는 날입니다. 야호! 아이들보다 제가 더 신이 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큰절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요, 여러분! 우리 새해에는 복 많이 받고 더 행복해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