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집은 1991년도에 건설한,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짜리 소형 아파트입니다. 30년이나 된 오래된 아파트는 해마다 수리할 곳이 생기네요. 작은 방의 천장이 떨어졌을 때 오셨던 도배 아저씨가 또 오셨습니다. 이번엔 안방입니다. 안방의 천장을 붙이고, 사이가 벌어진 벽지도 다시 벽에 딱 붙여주십니다.

작년 겨울, 작은방의 천장이 투둑 하고 떨어질 때 저는 다행히 안방에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천장이 떨어지는 소리인 줄 몰랐죠. 하늘이 무너진다는 소리는 들어 봤지만, 천장이 무너진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으니까요. 작은 방문이 열리지 않아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방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무너진 천장을 발견했습니다.
사람 사는 집의 천장이 무너지다니! 도배 아저씨는 제가 사는 이 아파트 단지에서 겨울이면 천장이 떨어져 수리를 요청하는 집들이 제법 된다고 하시네요. 이 집에서 이사를 할 때까지 해마다 한 번씩은 이 도배 아저씨를 뵙게 될 것 같습니다.
도배 아저씨가 다녀가시고 한 달쯤 지나자 이번엔 욕실 패널이 떨어졌습니다. 집주인에게 연락하니 잘 끼우면 된다고 해서 끼워보려고 하였습니다만 끼워지지 않습니다. 근처의 철물점에 가서 사진을 보여주고 방법을 물으니 실리콘으로 고정하라고 합니다. 실리콘을 쏘고 하루가 지나니 잘 붙어 있네요.

2020년 이사 오던 첫해에는 유난히 자주, 그리고 많이 비가 내렸더랬죠. ‘2020년 장마’를 키워드로 구글 검색을 해 보니 다음과 같은 뉴스 기사들이 나옵니다.

내친김에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제가 태어난 해부터 작년까지의 장마 통계를 찾아보니 아래와 같습니다.

2020년 중부 지방의 장마 기간이 54일!!! 어쩐지 그 해 여름에는 매일 비가 왔던 것 같습니다. 지역별 평균 강수량과 강수일수는 또 아래와 같습니다.

34일 동안이나 비가 내렸었네요. 그것도 아주 많이! 그 해 양쪽 베란다의 창문을 타고 빗물이 떨어지는데요.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집 안으로 빗물은 들어오고요. 참으로 난감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사람은 오래될수록 좋고, 가전제품과 집은 새집일수록 좋다고 하죠? 제가 겪어 보니 맞는 말입니다. :)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저의 13번째 집입니다. 태어나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부모님과 같이 살았던 12년을 제외하고, 같은 집에서 4년 이상 거주한 적이 없습니다. 연세, 월세, 전세, 임대주택, 자가! 방 한 칸, 방 두 칸, 기숙사, 오피스텔, 아파트! 1층, 반지하, 고층! 제가 살았던 집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정말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했네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의 작가 하재영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는 작가가 살았던 여러 집들과 그 집들에서 살았던 ‘나’에 대한 기록입니다. 지금의 나가 되기 위하여 거쳐온 과거와 집들에 대한 이야기…… 저는 참 좋았습니다. 과거의 나를 살포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입니다. 과거의 내가 안쓰러워질 때 한 번 읽어 보세요.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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