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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식도락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by 재미감자 2022. 8. 8.

   2020년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집은 1991년도에 건설한,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짜리 소형 아파트입니다. 30년이나 된 오래된 아파트는 해마다 수리할 곳이 생기네요. 작은 방의 천장이 떨어졌을 때 오셨던 도배 아저씨가 또 오셨습니다. 이번엔 안방입니다. 안방의 천장을 붙이고, 사이가 벌어진 벽지도 다시 벽에 딱 붙여주십니다. 

 

2022년 6월 11(토)

 

   작년 겨울, 작은방의 천장이 투둑 하고 떨어질 때 저는 다행히 안방에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천장이 떨어지는 소리인 줄 몰랐죠. 하늘이 무너진다는 소리는 들어 봤지만, 천장이 무너진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으니까요. 작은 방문이 열리지 않아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방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무너진 천장을 발견했습니다. 

 

   사람 사는 집의 천장이 무너지다니! 도배 아저씨는 제가 사는 이 아파트 단지에서 겨울이면 천장이 떨어져 수리를 요청하는 집들이 제법 된다고 하시네요. 이 집에서 이사를 할 때까지 해마다 한 번씩은 이 도배 아저씨를 뵙게 될 것 같습니다.

 

   도배 아저씨가 다녀가시고 한 달쯤 지나자 이번엔 욕실 패널이 떨어졌습니다. 집주인에게 연락하니 잘 끼우면 된다고 해서 끼워보려고 하였습니다만 끼워지지 않습니다. 근처의 철물점에 가서 사진을 보여주고 방법을 물으니 실리콘으로 고정하라고 합니다. 실리콘을 쏘고 하루가 지나니 잘 붙어 있네요.

 

2022년 7월 23(토)

 

   2020년 이사 오던 첫해에는 유난히 자주, 그리고 많이 비가 내렸더랬죠. ‘2020년 장마’를 키워드로 구글 검색을 해 보니 다음과 같은 뉴스 기사들이 나옵니다.

 

'2020년 장마' 구글 검색 결과 (사진을 클릭하면 검색 결과가 보입니다.)

 

   내친김에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제가 태어난 해부터 작년까지의 장마 통계를 찾아보니 아래와 같습니다.

 

지역별 장마 기간 분석 (사진을 클릭하면 링크가 열립니다.)

 

   2020년 중부 지방의 장마 기간이 54일!!!  어쩐지 그 해 여름에는 매일 비가 왔던 것 같습니다. 지역별 평균 강수량과 강수일수는 또 아래와 같습니다. 

 

지역별 평균 강수량과 일수 (사진을 클릭하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34일 동안이나 비가 내렸었네요. 그것도 아주 많이! 그 해 양쪽 베란다의 창문을 타고 빗물이 떨어지는데요.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집 안으로 빗물은 들어오고요. 참으로 난감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사람은 오래될수록 좋고, 가전제품과 집은 새집일수록 좋다고 하죠? 제가 겪어 보니 맞는 말입니다. :)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저의 13번째 집입니다. 태어나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부모님과 같이 살았던 12년을 제외하고, 같은 집에서 4년 이상 거주한 적이 없습니다. 연세, 월세, 전세, 임대주택, 자가! 방 한 칸, 방 두 칸, 기숙사, 오피스텔, 아파트! 1층, 반지하, 고층! 제가 살았던 집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정말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했네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의 작가 하재영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는 작가가 살았던 여러 집들과 그 집들에서 살았던 ‘나’에 대한 기록입니다. 지금의 나가 되기 위하여 거쳐온 과거와 집들에 대한 이야기…… 저는 참 좋았습니다. 과거의 나를 살포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입니다. 과거의 내가 안쓰러워질 때 한 번 읽어 보세요. 그럼, 안녕!